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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죠죠의 기묘한 드림

나의 작은 인간

나의 작은 인간이 내 앞에서 처음으로 아팠을 때, 나는 다시 10살 정도의 어린애가 된 것 같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더는 믿지 않게 된 신에게 기도라도 하고 싶었고, 아마 기도하는 법을 잊지 않았다면 그 작은 손을 붙잡고 기도하다가 자괴감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10살 즈음의 나는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유달리 신실하진 않아도 당연하게 신을 믿었다. 내가 "우리의" 전지전능전선한 아버지는 그 지옥에서도 날 버리고 떠나지 않은 어머니를 낫게 해줄 것이라고 믿으며 밤새워 기도했던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다른 이에 비하면 아주 어린 시절에 잔인한 진실을 깨달아 버렸던 셈이다. 신이라는 것은 없으며 단지 현실이라는 지옥을 잠시 잊게 해주는 아편에 불과하다는 진실을 말이다. 더구나 어머니의 임종을 지킨 사람은 그녀의 남편이라는 작자가 아니라 어린 아들인 나뿐이었다.

100년의 세월을 해저에서 숨죽이며 흐릿해졌을 기억이 이 작은 인간의 병증에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지났고 그제야 나는 내가 그를 신경 쓰고 염려하고 있음을, 즉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야 말았다. 마치 죽을 사람을 앞에 둔 것처럼, 더는 눈물이 흐르지 않는 눈을 내리깔고 혼자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I do care about you."

나는 '신경 쓰다 care about'가 어떻게 '사랑하다'의 뜻을 가질 수 있는지 긴 세월 이해하지 못했으나 이제야 비싼 값에 그 말의 뜻을 배웠다. 거칠게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잠든 녀석의 고통을 끝낼 수 있다면 아예 경멸당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단지 손을 모으고 옆에 앉아만 있었다. 기도를 하기엔 어떤 것도 기억나지 않으며 신앙을 잃어버린 나였고, 자신이 줄 수 있는 다른 어떤 것도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걸 잘 아는 나였다.

내가 그 고통을 당장 끝내기 위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곤 흡혈귀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뿐이었는데, 언제나 그를 구슬리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순간에 멋대로 저지르기가 이상하게도 내가 죽는 것보다도 두려웠다. 그제야 언제든 저지를 수 있지만 봐주고 있는 것이라고 믿었던 내 생각이 터무니없는 착각이었단 사실마저 깨달아야만 했다. 나는 그를 잃는 것이 두려웠고, 너무 두려운 나머지 그를 다시 태어나게 하기 위해 죽이는 것마저도 두려웠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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