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자: Aretha]
[피면담자: Ziam]
본 대화록은 스피드왜건 재단 직원의 입회하에 진행된 면담의 기록이다. 피면담자인 Ziam은 DIO의 사망 확인 이후 발견되어 일시적으로 스피드왜건 재단에 구속되어 있으며, 스피드왜건 재단의 고문을 맡고 있는 면담자 Aretha의 요청으로 해당 면담이 진행되었다. 면담자와 피면담자 양측 모두 모든 대화가 기록되는 것에 동의하였으며, 이후 기록에서 면담자를 A, 피면담자를 Z로 표기한다.
A: 오랜만에 또 만나네, 지암.
Z: 아, 뭐, 그렇네요. 그때 어쩌다 만나고 쭉 못 봤으니까.
A: 의미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식으로 자기소개를 좀 부탁할게.
Z: 이름은 지암. 성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나이도 중요하지 않아서 모릅니다. DIO님과 만난 날, 즉 생일은 1월 14일. 스탠드 능력은 없기에 이번 사건…. 사건이라고 하나요? 좀 더 포괄적인 표현이 좋겠죠. DIO님과 죠스타 가문의 case와 관련하여 타인을 습격한 사실도 없습니다. 아니, 애초에 제가 타인을 공격하거나 살해한 사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상엔 나에 대한 기록이 없을 테니 확인은 불가능하겠지만…. 흡혈귀도 아니며 시생인도 아닌, 평범한 인간입니다.
A: 우와, 엄청 격식 차려서 얘기하네.
Z: 나는 그 DIO님의 애완인데, 고작 이 정도로 격식은 무슨. 이 정도는 해줘야 당신네도 편하잖아요? 나도 여기 이유 없이 갇혀 있는 건 싫고. 몇 번이나 나는 평범한 인간이고 나를 심문해봤자 더 나오는 것도 없다고 했는데….
A: 그건 뭐, 이쪽도 무려 100년이나 시달린 일이야. 확실하게 하고 싶으니까.
Z: 나는 그 일과 전혀 상관없어요. 아는 부하는 당신들 손에 쓰러졌고, 남은 부하는 몰라. 머리가 모자란 게 아니면 DIO님에게 다른 인간관계가 있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고.
A: 있지, 나는 너 같은 부류의 사람을 누구보다 잘 알아.
Z: 어쩌라고?
A: 그걸 캐물으러 온 게 아니란 뜻이야. 의리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아는 게 있어도 무엇 하나 말해줄 생각이 없겠지.
Z: 그럼 무엇 때문에 면담을 요청했지?
A: 너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거지. 재단에서도 넌 처치 곤란이거든. 널 구속하고 있을 명분도 없고, 그렇다고 널 돌려보낼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 다 먹은 인간을 어디 입양 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새로 살 터전을 만들어줄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나는 DIO 그 녀석이 남기고 간 걸 처리하는 건 잘하니까….
Z: 안타깝네, 당신도 참. 그때 DIO님과 다퉜던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구나?
A: 응, 잘 아네. 처음부터 시작할까, 지암. 그 이름은 네가 지은 거라고 했지?
Z: 응, 내가 지은 나의 이름이야. 그땐 엄청난 착각을 했지만, 당신.
A: 내 가족이었어. 본인이 직접 지은, 그 애의 이름이었지. DIO에게도 의미가 있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당연히 그렇게 생각해버렸지. 내 망상일지도 모르지만, 100년 전에 디오가 세상을 손에 넣었다면 그 애는 디오의 옆에서 반려로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Z: 그때 둘 다 들었잖아? DIO님께 그 사람은 언제나 ‘리’였다고. 만약 애완동물에게 소중한 사람의 이름을 붙였다면, 그 이름이었겠지. …안심했어. 그 사람의 대체품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 사람이 아니어도 내가 사랑받는다는 사실에는.
A: 그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100년간 그 소중함도 물에 떠내려간 걸까? 널 보며 그 애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잠시 쉬었다가) 슬슬 다음 얘기로 넘어가지. 성씨와 나이는 왜 필요 없어?
Z: 성씨와 나이는 모두, 주인한테도 없으니까. 그분도 버린 걸 내가 가질 이유는 없어서.
A: 성은 그렇다 쳐도, 넌 흡혈귀도 아니고 시생인도 아닌데 나이는 왜 의미가 없어? 언젠간 흡혈귀가 될 생각이었던 거야?
Z: 단지 내가 부서질 수 있으니 애지중지하는 게 아니라는 것과, 질리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게 되면 그러려고 했지. 부서질 수 있으니까 애지중지하는 거라면 부서지지 않는 몸이 되는 순간 장난감으로 전락할 테고, 질리기라도 한다면 인간도 아닌 몸으로 혼자 살아가야 할 거란 뜻이니까. 그런 도박은 하지 않아.
A: 철저하네. 1월 14일에 DIO를 만났다는 건?
Z: 말 그대로. 야시장에서 그분과 처음 만났지. 그때 내 삶은 시작된 거니까, 그날이 내 생일이야. 원래 내가 태어난 날이기도 하고.
A: 마침 그날은 그 애의 생일이기도 해.
Z: 그래서 밤마실을 나오셨던 걸까? 그냥 변덕일지도 모르겠지만.
A: 우연이 집요하게 겹치네.
Z: 우연이 반복되면 운명이라고 생각해, 나는.
A: 멍청한 소리 하지 마.
Z: 바보 같고 말도 안 되는 소리일지라도 모든 것이 겹쳐버리면 나는 내가 그 사람을 이어 그분 옆에 있도록 운명지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 근데, 근데 그건, 당신도 그렇잖아? 하하….
A: 젠장, 그래. 그래 맞아. 그렇게 착각하게 되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아니야, 너는 다른 존재야.
Z: 그런 얘기를 DIO님과 이야기했었지. 그분이 보낸 스탠드 유저 중 한 명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주셨거든.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가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당장 내일이라도 ‘안녕’하고 인사해주기를 기다린다고. 당신은 그러지 않아?
A: ….
Z: 당신 눈만 봐도 알아. 나를 통해 다른 사람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또 그 손으로 나를 통해 그 사람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고 싶잖아? 하지만 두려우니까 부정하지.
A: …. 디오는 그러지 않았어?
Z: 처음엔 그랬겠지.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나한테 관심을 주지도 않았을 테니까…. 뭐, 이러나저러나 그분은 나를 그 사람이라고 착각한 적 없어. 닮았으니까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새로이 빠졌다.
A: 그런가.
Z: 날 그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싶어? 그렇다면 날 데려가도 좋아.
A: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 그렇지만 널 데려가는 건 분명 내가 되겠지.
Z: ….
A: 너는 살고 싶어? 아니면 지금 당장 주인의 곁에 가고 싶어?
Z: 당신한테는 죽는 것도 살도록 허락받는 것도 원하지 않아.
A: 그래도 넌 선택해야 해. 왜냐면 널 죽일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을 테니까.
Z: 하긴, 그 불쌍한 녀석들은 마땅한 이유가 있어도 나처럼 힘 없는 사람은 죽이지 못하는 한심한 놈들이니까.
A: 어쩔래?
Z: 날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A: 난 네 주인보다 훨씬 오래 살았어. 고작 인간 하나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란다.
Z: ……. 나중에 선택을 바꿔도 괜찮지?
A: 응, 벌써 너는 네가 되고 있구나.
Z: 역겨운 소리 집어치우고, 가자. 편안한 곳에서 자고 싶어.
“…….”
쿠죠 죠타로는, 길지 않은 그들의 대화록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낡은 로켓 속 오래된 사진, 자신보다도 적게 대화했을 그들의 너무나도 잘 이어지는 대화, 나만 몰랐던 과거. 작고 악의로 뭉친 그 자의 얼굴을 보면, 어째서인지, 마치 그 사람은 자신만이 독차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에게는 세상의 아주 작은 일부조차 허락되지 않는데, 무엇 하나 자기 손으로 하지도 않는 그는 언제나 세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무척 열 받았고,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를 다 가지고도 하나를 양보하지 않아, 심지어 나의 것이 아닌 것마저 빼앗아 가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런 생각을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지암은 작은 키로 거구를 올려다보며 그 발랄한 얼굴로 죠타로를 비웃었다.
“안타깝네, 죠타로. 저 사람이 네 인생에 개입하고 싶어 할 것 같아? 아니, 너는 저 사람의 무엇을 알아?”
그렇게 도발하는데도, 그를 한 대 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다 가진 것처럼 비웃는 그에게는 분노마저도 자신의 약점이 될 것만 같았다. 이길 수 없었다. 분노로 DIO를 이겼는데도, 그의 작은 애완동물 하나를 이길 수 없었다. 쿠죠 죠타로는 그런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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