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나는 너희에게 따라오라고 명령하지는 않겠어. 같이 와 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아….”
브루노 부차라티가 드디어 보스를 배신했다. 지베토 아마빌레가 그의 선언을 듣고 한 첫 번째 생각은 그것이었다. ‘드디어.’ 그건 그렇고, 한 명의 소녀 때문에 출셋길을 마다하고 보스를 배신하다니, 참 부차라티다운 행동이었다. 제각기 멍청한 이유를 대며 차례로 조직을 배반하는 팀원을 보며, 푸고는 절망적인 얼굴이었다. 지베토 아마빌레는 미스타에 이어 발을 뗐다.
“아마빌레…! 당신까지…. 미스타를 따라가는 겁니까?”
“어머, 실례네. 너는 이해하지 못할 것 같으니 확실히 말해줄게. 부차라티의 말을 듣고 나는 ‘드디어’라고 생각했어. 나에겐 이유가 있거든. 내게 이것은 단순한 배반이 아니라 명예를 건 벤데타이기에!”
그렇게 연극적으로 말하며, 아마빌레는 보트에 올라탔다. 옳다고 믿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애초에 아마빌레에게 그런 정의는 없었다.
나는 지베토 아마빌레, 파시오네가 밀어낸 아마빌레 패밀리의 마지막 후계자. 해내야만 하는 일이 있다. 목숨과 명예를 걸고서라도 새겨야 할 핏자국이 있다. 자신을 가족의 일원으로서 여기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의 보스가 밀어낸 것은 나의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모욕한 것은 ‘내’ 가문이었다. 나의 소유를 모독한 자에게 마땅한 복수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리고 나의 왕좌를 빼앗은 이가 있다면 그의 왕좌도 부숴주는 수밖에.
그렇게, 그는 자신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조직을 배반했다. 갱스터로서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도, 무시당했다면 철저히 갚아줘야 한다. 단순한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무시하는 이를 내버려 둔다면 그것은 위신의 종말이다. 존경받는 이가 된다는 건 그런 일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자신에게 피의 복수가 새겨지지 않았기에, 그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터였다. 우습게도, 이 배반을 가장 부추긴 금빛 소년이 가장 그러했다.
죠르노 죠바나는 생각했다. 그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지? 파시오네로 인해 몰락한 마피아의 후계였기 때문인가? 하지만 그는 가족에도 가문에도 조직에도 그리 충실해 보이진 않았다. 곧 모든 것을 계승할 예정이었던 그에게 기반이 모자랐다는 사실 자체가 그것을 증명하지 않는가? 아마빌레는 보스의 딸과 제법 친했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위해 조직을 배신할 정도의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에 대한 악평이라기보단 냉정한 감상이었다. 하지만 그 눈빛은 부차라티보다도 더 곧았다. 그 눈에는 이루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긍지가 담겨 있었다. 그래, 마치 죠르노 죠바나 자신처럼.
* * *
“시체는?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그 녀석이 죽었는지를!”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겁니다.”
지베토 아마빌레는, 통쾌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동료의 절반을 잃었지만, 그래도 해냈다. 피의 복수가 자신에게 돌아왔음을 모르는 채로, 디아볼로는 그대로 사라진 것이다. 가족을 버린 디아볼로를 위해 아마빌레 가문에 벤데타를 결심할 인간은 없다. 아마빌레의 벤데타는 드디어 끝이 난 것이다.
영성체! 나의 자리를 빼앗아버린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복수였다.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할 자격도 없어진 것이다. 단 한 번도 말한 적 없으며 요청한 적도 없는 최고의 복수를, 죠르노 죠바나는 이루어 주었다. 다시 돌아갈 곳 없는 그 모욕을 그대로 갚아준 것이다. 나의 숙원은 이 소년이 나타난 순간 이루어질 운명이었던 게다.
황금과도 같은 그 소년은 지베토 아마빌레라는 작은 불운은 날려버릴 정도로 엄청난 운의 수호를 받고 있었다. 그의 의지에 끌려가듯이, 그를 감싸듯이, 행운이 그를 수호하고 있었다. 그 행운이 없었다면 평생 이루지 못했을 숙명이었다. 이 소년이 그래주었듯 나도 그의 꿈을 반드시 이뤄주어야 한다고, 그것이 영광되신 주님이 정한 나의 길이라고, 지베토는 믿기로 했다.
황금의 소년은 여전히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죠르노에게 보스를 해치웠다는 사실은 끝이 아니라 시작인 탓이었다. 저 웃음은 안도의 웃음이 아니다. 자신에게서 업 하나가 씻겨져 나간 것처럼 통쾌해 보이는 웃음이다. 그가 바라던 일은 보스의 죽음이었던 걸까?
그러나 곧 웃음이 만연한 눈이 소년과 마주친다. 그 눈은 다시금 해야 하는 일을 위해 무엇이든 저지를 수 있는 긍지의 눈빛이었다. 이번엔 그 눈빛이 그를 위해 빛나고 있었다. 나아갈 길을 빛내는 아침의 태양처럼, 몇 번이고 차오르는 달처럼, 그의 눈은 목적을 이루어도 멈추지 않고 빛났다. 언제든 새로운 사냥감을 찾는, 포기할 줄 모르는 맹수 같은, 그. 그때 죠르노 죠바나는 구원받았다는 착각 없이도 그가 자신을 따를 것임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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