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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죠죠의 기묘한 드림

애완과 반려

  “지암, 오늘은 또 무얼 하고 있지?”

  오늘은 말썽쟁이를 서재에서 찾았다. DIO의 작은 사고뭉치는 넓은 저택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를 즐기는 성격이었고, 관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일어난 제 주인이 자신을 찾아다니는 것도 그에게는 하나의 놀이였다.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가는 애완동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일으키는 소동이나 사소한 변화가 일상에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음은 분명했다.

  “아, 일어나셨군요. 서재에 있는 책을 훑고 있었어요.”

  지암이 손에 든 책을 보여주며 말했다. 반쯤 읽은 것으로 보이는 책은 사르트르의 저서였고, 주변에 널브러진 책들도 대부분 그랬으나 사이사이 하이데거의 저작도 섞여 있었다. DIO에게는 이러나저러나 모자란 녀석이었지만, 저 나름대로 공부를 하는 모습은 기특하고 귀엽게 보였다. 지암의 주인은 어질러진 책은 집사가 꽂기 수월해질 정도로만 정리해준 뒤, 그를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려 무릎에 앉혔다.

  “…. 제법 최근에 나온 글을 읽는군. 얼마 전에 내가 삶에 대해 질문했기 때문인가?”

  “뭐, 그런 셈이죠. 질문 자체보다는 엔야 할멈이 대답한 것 때문이지만.”

  “무슨 의미지?”

  지암은, 어째서인지, DIO가 아주 오래 전에 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원하는 것이 없는 삶이라도 의미 없지 않다는 근거를 다시 한번 읽고 싶었다고. 자신은 강렬히 원하는 것이 없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서 절망하는 일도 없으며,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되고 싶은 것도 없다며. 사실은 몇 번이나 자신이 존재하지 않기를 바랐다고, 자신의 반려가 될 자격을 얻었던 자가 과거에 했던 말과 동일한 허무를 이야기했다.

  평범한 사람은 아끼는 이가 그런 허무를 말하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음에 분노했을 테지만, 자신밖에 사랑하지 않는 DIO만은 그 사실을 넘어서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그런 인간이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자신의 곁에 있고 싶어 한다면, 그것은 흔히 말하는 사랑이 아니더라도 영원한 약속이 확실했다. 그러나 그는 그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공허가 무엇인지만은 완벽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사소한 것부터 아주 원대한 것까지 단 하나의 미련도 없는 그들만이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고 제 곁에 있을 자격을 얻는 것인지도.

  “같은 말을 100년 전에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사람도 이런 이야기를 했나요? 그땐 어떻게 대답하셨나요?”

  “그때는 바라는 것은 내가 대신 해주겠다고 대답했었지. 내게 네가 필요하니까 살아 있을 이유를 주겠다고. 지금 생각하면 그리 훌륭한 대답은 아니었군. 지금도 그렇게 대답할 수야 있지만, 너는 만족할 줄 모르는 녀석이니 그 대답에 기뻐하지 않겠지.”

  그 말에 동의하듯 작은 애완동물이 웃었다. 그는 왜 그 사람을 그런 녀석에게 빼앗겼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다고 건방을 떨더니, 이내 당신이 바라는 것이 나의 바라는 것임은 지금도 그러한데 그런 이유로 충분하겠냐고 덧붙였다.

  “당돌하기는. 네게 대답을 해줄 필요는 없겠지. 하나만 묻겠다. 만약 내가 그때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고 말해줄 수 있었다면 어땠을 것 같나? 뭐, 애초에 그때는 없었던 생각이니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그저 시시한 가정에 불과하니까.”

  “시시한 가정이라고는 해도 저에게 남의 입장을 고려해서 대답하라니. 짓궂은 질문을 하시네요.”

  지암은 그렇게 너스레를 떨더니 제법 진지하게 대답했다.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고. 왜냐면 자신이 그렇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자신은 여전히 존재에 허무를 느낀다고 말했다. 죽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살아 있는 이유는 아마 영원히 모를 것이고, 이왕이면 없는 쪽이 편했을 것 같다는 생각 속에서 사는 것도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며.

  “그래도 나는 당신의 곁에서 사랑받으며 살 수 있다면 그런 허무가 영원해도 좋아요. 왜냐면 당신이 내가 그러길 원하니까.”

  그 사람은 어떤 이유에서 당신의 곁에 있었던 건지 내가 알 길은 없지만, 나는 당신이 나를 관측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여서 나의 주인으로 골랐어요. 당신에게는 모든 것이 당연하게 당신 소유니까. 그런 사람이 날 본다는 건, 붕 떠 있던 내 삶이 당신 곁에 고정된다는 뜻이거든요. 그것이 나에게는 영원한 안심인 것 같아요.

  타인에게 이해조차 기대하지 못한 채 단지 불안만이 해소되는 것을 자신의 안심이라고 말하는 애완동물을 보며, DIO는 이번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그렇기에 이번에는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다.

  어쩌면 이것이 제왕의 애완과 반려의 차이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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