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죠죠의 기묘한 드림

인류의 배신자

  “욱…. 역겨워. 테렌스! 당장 나와서 이거 치워!”

  역겹다. 거대한 흡혈귀의 작은 애완인간이 피를 빨린 시체를 즈려밟고 내뱉은 말은 역겹다는 말이었다. 제 주인이 먹고 남긴 인간 여성에 대해, 지암은 공포를 느끼지도 않았고 연민은 더더욱 느끼지 못했다. 하다못해 사람이 골목길에서 동물의 사체를 발견했을 때도 하면 안 되며 하지 않을 소리를, 인간이 인간을 내려다보며 말하고 있었다. 테렌스 T. 다비는 본인도 유별난 인간임을 잘 알았으나, 그 누구도 이 작은 인간처럼 철저하게 인류의 배반자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애완인간이 부리는 역정은 주인의 귀에도 잘 들리는 모양인지, 때마침 그 시체를 실컷 어질러 놓은 장본인도 침실로 내려왔다. 그는 큼지막한 손으로 지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얼렀다.

  “사고뭉치, 오늘은 또 무슨 일로 화풀이를 하고 있지? 네가 있어서 생기는 집안일에 사고 친 것을 수습하는 것도 바쁠 터이니 너무 그러지 말거라.”

  “DIO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고 해도 이건 못 참아요! 티타임을 빼먹는 한이 있어도 이걸 치우는 게 우선이라고요. 불결해. 역겨워. 치워지지 않은 시체를 밟고 다니는 게 얼마나 짜증 나는지 알아? DIO님이 깨어나기 전에만 해결하면 된다는 식으로 처리하고 있지, 당신. 나를 뭘로 보는 거야?”

  그의 신경질적인 말에 DIO는 전날 밤 자신이 흡혈한 시체 몇 구가 여전히 남아 있는 모습을 보고는, 장난기가 밴 눈으로 요염하게 웃어 보이며 그를 가볍게 안아 들었다. 버릇 나쁜 고양이가 더 난동을 부리게 두면 집사한테 손찌검이라도 할 기세인 탓에, 진정시키고 떨어트려 놓는 것이 우선이었다.

  “흐음, 위생적이지 않다는 것은 인정하마. 시체가 계속 널브러져 있으면 네 몸에도 해롭겠지. 확실히 이번엔 네가 잘못했구나, 다비여. 이번엔 용서해주겠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명심하겠습니다, DIO님.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DIO는 그제야 한시름을 놓은 다비를 뒤로하고 어젯밤에 사용하지 않았던 옆 침실로 지암을 옮겼다. 그는 여전히 꽤나 열 받은 표정으로 찡그리고 있었지만, 위협적이기보다는 귀엽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야 당연하지, 이렇게 작고 연약한 데다가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는 모자란 인간이니까. 직접 요리를 하지도 못하며 청소나 정리에도 재주가 없었고, 딴에는 힘은 쓴다고 하지만 DIO가 보기에는 보잘것없는 힘이었다. 그런 녀석이 화를 좀 낸다고 어떻게 혼을 낼 수가 있겠는가?

  “평소보다 더 까칠하군. 설마 답지 않게 그 인간들에게 질투라도 하는 게냐?”

  놀리듯 DIO가 내뱉은 말에, 그의 애완인간은 무척이나 싸늘한 표정으로 치어다 보며 말했다. 평소처럼 헤실거리며 어설프게 부정하거나 수줍어하며 수긍할 거라고 생각했기에, 주인은 제법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치 제 주인의 냉기와 압박감을 닮은 차가운 눈으로, 분명 그 시신을 내려 봤으리라.

  “사람이 음식물 찌꺼기에도 질투를 하던가요? 당신께 저것들은 단지 장난감이거나 식량이거나 둘 다라고 생각했는데요. 혹은 저를 저들과 같은 취급하시는 건가요? 그건 아니리라 믿지만요. 주인님께서 먹고 남긴 음식물 쓰레기가 온 저택을 굴러다니는 것을 집사 말고 누구에게 따지겠어요.”

  인간이 아닌 제 주인과 시선을 공유하는 작은 인간은, 실로 인류의 배신자였다. 어찌 이렇게 작은 몸에 갇혀버린 걸어 다니는 악이 있을 수 있을까? 자신을 만나기 이전의 역사가 없는 것이 당연할 정도의 순수성에 DIO는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이것이 그가 자신의 애완하는 인간인 이유였다. 마치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만 같은 존재의 사랑스러움을 어떻게 지나치겠어. DIO는 단지 말로 대답하지 않고 웃으며 지암을 품에 가두듯 안았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는 그의 작은 악마도 잘 알고 있을 것이므로.

' > 죠죠의 기묘한 드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화록 그 이후  (0) 2020.10.09
망설임  (0) 2020.10.06
애완과 반려  (0) 2020.09.18
PB 디오지암 스승의 은혜 로그  (0) 2020.09.15
Obbligo  (0) 2020.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