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더 가까이 있고 싶은 것이라면, 지암. 나와 함께 영생을 살자꾸나. 너에게도 무엇보다 길고 값진 생명을 주겠다.”
그 말이 두려웠다. 인간이길 포기해야 한다는 지점이 두려운 것이었다면 차라리 마음이 편했을 텐데. 그렇다면 차라리 손쉽게 포기해버릴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런 두려움은 인간이 세상의 근원이라 믿기 때문에 발생하는 공포임을 잘 알고 있다. 내게 두려운 것은 애초부터 없었던 인간성의 상실 따위가 아니라 내 존재의 불확실성이다.
나는 지독하게 비겁하다. 이 사람의 곁에 있을 때만 내가 불안하지 않다는 걸 잘 알면서도, 혹시나 버림받을까 두려워 내빼는 겁쟁이다. 둘 중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부정과 거부. 하지만, 만약에, 어쩌지, 하며 두려움을 유발하는 구절이 머리를 가득 채운다. 내가 그분께, 다른 이들과 다를 것 없는 존재가 되면 어쩌지? 나의 유한한 독창성만이 그분을 내게 붙들어 놓은 근거라면 어떡해? 무한해지는 순간, 하나가 아니게 되는 순간, 나는 버림받는 것은 아닐까?
나는 무언가를 확신할 수가 없다. 당장 지금도 나는 이렇게나 모순적이고 혹시나 곧 바뀔지 모르는 감정과 사고에 매몰되어 주인의 청유를 거절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확신할 수 없다. 한 사람에게 세상은 자신만의 것이기에, 모든 사람이 자신과 동일할 것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나에게 그것은 무엇 하나 안심할 수 없는 변전의 세계이다.
감히, 감히 주인의 마음을 의심하다니. 스스로 그럴 수 없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마음에 나만큼의 진심이 담겨 있을지 확인하고 싶어진다. 영원히 곁에 있는 것이 제법 행복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당신. 사실은 마음을 놓을 존재가 누구여도 상관없었지만, 정해진 이상 다른 누구도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없게 되어 버리는, 유일무이하고 압도적인, 나의 주인.
나는…. 나는 분명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 따르는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 누가 변절하더라도 나만큼은 그러지 않으리라. 견딜 수 없이 좋아하는 것도, 열렬히 가지고 싶은 것도, 간절히 되고 싶은 것도 없으며 어떻게 되더라도 지키고 싶은 것도 없는 내가, 변전하는 세계를 사는 내가, 나이기에 확신할 수 있다. 이번에는 날아가고 싶지 않다. 주인의 곁에 영원히 묶여 있고 싶다.
뜨겁고 깊은 한숨이 목을 타고 흘러나온다. 이따금 찾아오는 평범한 감정은 열병을 앓는 기분이 든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건가? 만약 스쳐 지나가지 않는데도 아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자신에게 중요하다는 건 어떻게 아는 걸까? 전신으로 퍼지는 열기는 머리를 탁하고 혼미하게 만든다. 현기증에 머리가 어지러운 감각도 내 사랑의 부산물이라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떠한 분명한 사랑의 형태. 내게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무엇보다 어렵다. 나는 자신에게 매몰되어 있다. 이런 마음으로 사랑을 말한들 누구도 믿어주지 않겠지.
망설임은 관계에 독이 되어 퍼진다. 휘황찬란한 말로도 담백한 말로도 고작 이 마음이 전해지지 않아 조금씩 금이 간다. 이해를 바라본 적은 없으나 용서는 받고 싶다. 당신에게 내 목줄을 주기 싫은 것만은 절대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다. 아니, 이미 당신은 가지고 있다고 확실하게 말하고 싶다. 도망치기엔 나의 마음이 이미 늦은 지 오래라고, 벗어날 생각으로 펼친 날개가 아니라고….
그렇게 밤이 깊어지고 쿵쾅대는 심장이, 순환하는 피의 열기가, 온몸과 정신이 그를 부를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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