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건 대체 뭘까, 항상 궁금했다. 형님이 미처 버리지 못했던, 아니면 버리고 싶지 않아 남겨둔… 내가 없던 옛날 사진 속에서 엄마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행복하지 않았다면 나 따위는 태어나지 않았을 테니까. 반대로 엄마가 찍은 형님과 아버지의 사진을 봐도, 사랑하는 사람을 사진에 담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 같은 바보도 알 것만 같았다.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이나, 아버지가 우는 형님 앞에서 쩔쩔매는 모습이나, 똑 닮은 자세로 잠든 두 사람의 모습 전부…. 사진 속에 엄마의 모습은 없지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엄마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코이치 녀석이 유카코랑 사귀기 시작했을 때도 기억난다. 유카코를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했던가…. 유카코의 사랑은 그렇게나 진지하고 강렬했는데, 코이치가 말하는 사랑은 왠지 부드럽게 느껴졌다. 나로서는 잘 어울릴 거라는 생각은 못 했지만, 둘은 여전히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고. 친구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한다. 배알이 꼴려서라도 둘이 있을 때 끼어들지는 않는 편이지만, 데이트하는 둘을 가끔 마주치면 그런 생각이 든다. 저렇게나 남을 좋아하는 방식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데도 잘 맞을 수도 있구나, 하고.
하루는 죠스케네 어머니에게 사랑에 관해 물어봤다. 죠스케는 그런 것 좀 묻지 말라면서 당황했지만, 죠스타 씨를 사랑했던 이야기를 해줄 때의 토모코 아주머니의 표정은… 내가 본 것 중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이었다. 아주머니에게 사랑은 불같은 것이었다. 아주 뜨겁고 짧게 사랑하고 금세 헤어졌지만, 지난 15년과 앞으로 살아갈 모든 시간을 그 기억으로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은 행복했다고 웃으셨다. 함께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슬펐지만, 자신의 사랑은 그때 전부 다 불태웠으니 만족한다면서. 아주머니는 그렇게 즐겁게 이야기를 끝마치시고는 머쓱하게 “애초에 유부남인 걸 알면서도 계속 다가간 나도 그리 떳떳하진 않으니 말이야,”하고 덧붙이셨다. 그게 어떤 형태였든 그렇게 열렬히 사랑했으니까 그 아들인 죠스케 녀석도 깊은 사랑으로 키워오신 거겠지.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서 사람 기분 뭐하게 만드는 이유가 뭐냐고 죠스케가 그랬다. 그땐 그냥 궁금해져서 그랬다고 대충 대답하고 말았지만 실은 이유가 있긴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동경해서 나도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런 쪽에는 아는 게 전혀 없고… 그냥 첫눈에 반한 예쁜 여자애와 서로의 손을 잡고 수줍게 함께 걷는 이미지밖에 없었거든. 죠스케가 들으면 내 얼굴에 그런 어린애 같은 생각 전혀 안 어울린다고 할 것 같아서 입 다물었지만. 그러는 본인도 인기도 많고 이것저것 주워들은 것 치고는 막상 직접 연애를 해본 경험은 없으면서 말이지. 죠스케 녀석은 자기 어머니를 닮았는지 사랑은 불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상대를 처음 본 순간 심장에 폭탄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두근거리는 그런 거. 고백받아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상대와 사귀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여자애들이 수줍은 표정으로 웃으며 고백해도 거절하는 것을 옆에서 몇 번이나 지켜봤다. 좋아해줘서 고맙지만 나는 같은 마음이 아니라 미안하다든지, 그런 말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더없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랑을 고백할 때면, 사랑 이야기를 할 때면, 사랑하는 상대와 함께 있을 때면. 나는 왠지 모르게 그 행복이 부러웠다. 아마 그래서 사랑하는 연인을 동경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남자애들이 다들 그렇듯 귀여운 여친을 한번 사귀고 싶다는 그런 마음도 물론 있지만, 죠스케의 말대로 그런 일로 울 것까지는 없는데 나는 왠지 쉽게 울게 된단 말이지. 눈물이 많은 거야 어릴 때부터 형님한테 항상 의지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네 녀석은 어리광이 너무 심하다며 형님한테 엄하게 혼나기도 했었으니까.
케이초 형님은 딱히 좋은 사람도 날 깊이 사랑해주는 사람도 아니었다. 형님은 그냥, 언제나 책임감이 넘쳤을 뿐이다. 엄마가 돌아가실 때 분명, ‘형인 네가 오쿠야스를 잘 돌봐줘야 한다’는 말을 들어버렸던 거겠지. 해봤자 세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도 형님은 나의 보호자가 되어야만 했다. 아버지가 우리를 학대할 때도, 아버지가 인간이 아닌 것이 되어가고 완전히 변해버렸을 때도. 나에겐 언제나 든든한 형님으로만 느껴졌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든든했던 형님은 고작 초등학생이었다. 마지막까지 나에게 못된 말만 하면서도 자기 목숨과 맞바꿔 날 지킨 형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뺏어간 나를, 아버지를 증오하는 동시에 사랑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워하고 아꼈던 거겠지.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우리는 행복했던 적이 있는 가족이니까.
날 때린 아버지를 어떻게 여전히 사랑하느냐고 하면, 솔직히 나는 이유를 잘 모른다. 아니, 이유야 여러 가지 있을 거고 생각나는 건 많지만, 그걸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냥, 나는… 아버지가 슬퍼했던 것이 기억난다. 어머니가 계실 적에는 당연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아버지는 대체로 우리에게 상냥했고 우릴 아꼈다. 치료비를 대지 못해 결국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때때로 술에 거나하게 취해 호통을 치기도 했고 우릴 때리기도 했다. 맞는 것은 무척 아프고 아버지가 화내고 소리 지르는 건 무서웠지만, 그때의 나는 아마도 너무 어려서 아버지가 날 때리고 우는 것을 보면 그냥 용서해버렸던 모양이다. 아버지가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니까. 그래서인지 나에겐 아버지를 미워하는 마음이 별로 없었다. 이제 와서는 정말로… 우리 가족이 함께 행복했던 때를 그리워할 뿐인 힘없는 사람을 미워할 정도로 내 생각이 깊진 않은 것 같다.
물론 아버지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다. 나는 머리가 나쁘니까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물정도 모르는 수준은 아니니까. 솔직히 형님도 아버지도 좋은 가장은 아니었고 나는 두 사람 때문에 많이 아팠다. 폭력을 휘두른 걸로 따지면 형님한테도 나를 때리고 못되게 군 적은 얼마든지 있고, 그 기억이 훨씬 선명할 정도로. 그렇지만 두 사람의 행동에 잘못이 없다거나 실은 좋은 사람이라거나… 그런 비틀린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다. 누가 나한테 멋대로 '가족을 미워해도 괜찮다'라거나 '자연스러운 감정이니 억누를 필요는 없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열받는단 말이지. 확실히 말해두건대, 생각이 짧아서 원한이 오래 못 가는 탓이든 뭐든, 나는 그냥 두 사람을 용서했을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동경한다고 하면 역시 선배를 빼놓을 수가 없다. 나는 선배 그 자체를 동경했고 선배의 사랑하는 모습마저 동경했다. 선배를 알게 된 것은 조금 더 나중의 일이지만, 선배를 처음 본 것은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에게 형님이 화살을 쏘고 다녔을 때였다. 멋들어지게 꾸미고 평소 걸음걸이로 팔랑팔랑 골목을 걸어 다니던 선배를, 형님은 망설임 없이 쏘았다. 난… 깜짝 놀랐다. 저런 작은 여자애한테서 형님이 무슨 가능성을 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죽어버릴 거라고 생각해서.
"... 누구야, 이거? 당장 나와."
그다음엔 더 놀랐다. 왼쪽 어깨를 꿰뚫린 선배는 오른손으로 화살을 뽑더니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정확히 노려봤다. 그건 평범한 반응이 절대 아니었지만, 그 눈빛 자체에도 무언가 유별난 것이 있었다. 형님은 화살을 돌려받고 스탠드 능력을 확인하겠다며 혼자 나갔다. 둘이 싸우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두 사람은 싸우기보단 대화를 나눴다. 열받은 표정의 선배는 형님의 말에 조금 화냈고, 다음 말을 듣고는 금세 진정했다. 케이초 형님은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건네주고는 화살을 돌려받았다. 나중에 형님한테 물어봤더니, 화난 이유가 고작 자기 옷 때문이었다는 듯했다. 특이한 사람이었다. 형님은 그냥 '이번에도 꽝이었다'고 말할 뿐이었지만. 그때 멀리서 본 선배의 스탠드는 그야말로 한 송이 장미였다.
선배는 뭐랄까, 형님을 닮았다고 생각한다. 왜 하필 형님을 겹쳐봤는지 정말 오랫동안 생각했다. 나는 머리가 별로 좋지 않으니까, 이런 이유 하나 찾는 것도 일이다, 정말로. 생긴 것도 전혀 안 닮았고, 성격도 형님은 꼼꼼하지만, 선배는 그렇게 꼼꼼하진 않고 말이지. 선배가 싸우는 모습을 직접 보고 나서야 알았다. 심지어는 목숨을 걸고도 결단에 망설임도 없고 틀림도 없어서, 나 같은 사람이 의지할 수 있는 굳건한 사람. 그리고 그 등을 따라가면 뭐든 해결될 것 같은데, 그걸 허락해주지 않는 엄격한 사람. 그 모습을, 나는 동경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평소에 쉽게 빠져버리고 마는 귀여운 외모나 발랄한 성격 같은 건 오히려 동경하는 마음이 커지면서 조금씩 더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아마, 아니 분명히… 선배가 로한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후였을 거다. 선배가 사랑하는 모습을 그때야 처음 보았으니까. 처음으로 먼저 사랑을 한다던 선배의 표정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다른 사람에게 시선을 뺏긴 모습에 반해버리는 건 정말 비참한 일이지만, 그게 선배라면 괜찮았다. 로한 녀석은 선배의 그 표정을 보지 못할 것이다. 보더라도 그게 아름답다는 걸 알지 못할 것이었다.
선배의 사랑은 매 순간 불타오르지도 않고 마음이 따뜻해지지도 않지만 때때로 반짝거리는 것, 그 끝을 자신도 알 수 없기에 행복한 만큼 즐거운 것,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아는 것. 나는 삶과 같은 그것을 동경한다. 그때부터 쭉 나는 선배의 사랑에 함께 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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