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죠죠의 기묘한 드림

(19)
What Happens in Cairo “다비라고 했던가…. 제법 재미있는 녀석이로군.”  다니엘 J. 다비는 타고난 도박사였다. 웬만한 일로는 당황하거나 겁먹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지는 일도 없었다. 이날도 그저 여비 벌이로 카이로의 카지노에서 가벼운 노름판을 벌였을 뿐이었고, 어렵지 않게 쓸어모았을 뿐이었다. 판돈을 크게 불리지도 않았고 영혼을 거는 내기처럼 눈에 띄는 짓은 하지도 않았건만….  “호오, 이 테이블이 가장 활기차 보이는군. 우리도 참여할 수 있을까? 보아하니… 다른 참여자들은 판돈도 다 잃은 모양이고.”  "에엥, 저도 해요? 도박은 자신 없는데."  붐비는 카지노에서도 유달리 눈에 띄는 거대한 황금빛 남자가 그의 앞에 태연하게 앉았다. 지독하게 소름 끼치는 기운, 몇 세기는 살아온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 남자는 두려울..
당신이 없는 하루 '바쁘게도 시간은 흘러만 갑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빠르게도 지나간다고들 하지만, 우습게도 당신과 함께할 때보다 당신이 없는 시간이 더 빨리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긴 시간을 흘려보내며 나의 시간이 빠르게도 줄어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내 우주에서 가장 중요하고 묵직한 당신, 나의 중력, 나를 이 우주, 넓은 창공에서 지구로 끌어당기는 단 한 명. 그리워하고 있답니다.' '언제나 당신을 생각하며,' '당신의, 당신만의.' 묵직한 마음을 눌러 담아 쓴 편지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주인은 때때로 자리를 비웠다. 그저 재능이 있는 누군가를 찾기 위해, 친구를 만나기 위해, 혹은 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공허해지는 마음에 충성심을 욱여넣어도 아직 모자라서, 그만. 재촉하듯 써버..
사랑의 정의 사랑이라는 건 대체 뭘까, 항상 궁금했다. 형님이 미처 버리지 못했던, 아니면 버리고 싶지 않아 남겨둔… 내가 없던 옛날 사진 속에서 엄마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행복하지 않았다면 나 따위는 태어나지 않았을 테니까. 반대로 엄마가 찍은 형님과 아버지의 사진을 봐도, 사랑하는 사람을 사진에 담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 같은 바보도 알 것만 같았다.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이나, 아버지가 우는 형님 앞에서 쩔쩔매는 모습이나, 똑 닮은 자세로 잠든 두 사람의 모습 전부…. 사진 속에 엄마의 모습은 없지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엄마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코이치 녀석이 유카코랑 사귀기 시작했을 때도 기억난다. 유카코를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했던가…...
사랑의 방법론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은 여름날이었다. 시라유키 지아무는 또 아무런 연락 없이 키시베 로한의 집에 쳐들어와 빈둥거리고 있었고, 로한은 그런 그를 다소 신경 쓰면서 일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와서는 왜 왔느냐고 해도 새삼스럽고, 내쫓으려고 해도 마음먹고 버티면 누가 와도 못 내보낼 것이니 그냥 무시하는 게 로한으로서는 최선이기도 했고. 그마저도 상대를 완전히 무시하기 어려운 건 로한밖에 없는 모양이었는지, 로한이 눈치를 보는 내내 지암은 언제나 저 할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이, 시라유키.” “네엥?”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멋대로 작업실 바닥에 뒤집어져서 책을 뒤적거리다가,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쪽을 향해 고개를 들며 멍청하게 대답했다. 뒤집어져서 고개를 들어봤자, 고양이나 강아지가 아니라면 귀엽지..
됴쟘 관계 타로 리딩 (by. 녹차님) 하습... 심지어 이젠 내가 뽑은 카드도 아닌데 웃기고빈정상하는 결과가 나옴 아랏다 타로카드. 1. 디오에 대해서 디오는... 모순과 이중성을 가진 존재라고 해요. 대립되는 여러 개념, 가치들에 연연하지 않고 그것들을 결합, 혹은 자신의 아래에 둘 수 있는 신비와 지혜, 리더쉽을 가진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를테면 선과 악, 같은게 있겠네요. 하지만 작중 행적을 생각하면... 그것은 남들이 이끌리게 하는 권위자로서의 모습이고, 자신의 진짜 모습은 감춰둔 채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과 악을 결합시킬 수 있으면서도 명백한 악인이라는 모순점이 존재하고 있는거 같네요. 2. 디오가 지암을 대하는 태도 디오라는 존재 자체가 로맨틱한...? 로맨스적인 상황을 하기에는 별로 적합한 인간은 아닌 모양입니다... 그..
연인의 초상 눈물 자국이 번진 붉은 뺨을 손등으로 가볍게 쓸고 있자면 연인의 절정에 도대체 누가 죽음이라는 말을 붙여주었는가 별 의미 없는 고찰을 하게 되었다. 아니, 이 경우는 반대가 맞는 말이겠지. 연인의 죽음에 누가 절정이라는 말을 붙였는가? 파르르 떨리며 꿈틀거리는 몸, 끅끅거리는 숨소리에 축 늘어진 팔다리를 보면서도 그것이 죽음이 아니라 생libido의 궁극임을 알아채다니, 처음으로 그 말을 한 사람은 분명 상대를 자신처럼 이해하고 있었을 테다. 혹은 전혀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만, 사후경련하는 몸을 보며 오르가슴이라 표현해버리고야 마는 그런 변태적인 살인마에 관한 생각은 지금처럼 사랑스러운 순간에 하기에는 걸맞지 않은 것이다. 주인을 향한 끝없는 애정은 그 끝이 없는 만큼 악착같이 변형된다. 사랑은 ..
애완용 인간 이집트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던가, 어쩌다 그럴 기분이 들어 먹이를 꼬이는 대신 시장을 구경하다 발견한 것이 녀석이었다. 딱 봐도 관광객에 불과하다는 것이 분명한, 작은 체구의 여성으로 보이는 인간. 여자로 보이는 인간이 이집트에서 저런 차림새로 혼자 돌아다닌다, 라. 카이로야 유명한 관광지인 만큼 비교적 안전하다지만... 시장에서는 다른 문제지. 아니나 다를까 상인들에게 '돈 많은 외국인 여자'로 찍힌 듯, 사방에 상인이 둘러싸인 채 호객행위에 시달리고 있었다. 내겐 중요한 일도 아니니 무시하려 고개를 돌린 순간, 녀석에게서 무언가를 보았던 것 같다. 언젠가 본 적 있는 것만 같은 얼굴에는 지독한 무감정이 서려 있었고, 나는 그것에 눈길을 사로잡혔다. 나쁘지 않은 아랍어로 '내게 말 ..
Amputee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