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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인간 나의 작은 인간이 내 앞에서 처음으로 아팠을 때, 나는 다시 10살 정도의 어린애가 된 것 같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더는 믿지 않게 된 신에게 기도라도 하고 싶었고, 아마 기도하는 법을 잊지 않았다면 그 작은 손을 붙잡고 기도하다가 자괴감에 빠졌을지도 모른다.10살 즈음의 나는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유달리 신실하진 않아도 당연하게 신을 믿었다. 내가 "우리의" 전지전능전선한 아버지는 그 지옥에서도 날 버리고 떠나지 않은 어머니를 낫게 해줄 것이라고 믿으며 밤새워 기도했던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다른 이에 비하면 아주 어린 시절에 잔인한 진실을 깨달아 버렸던 셈이다. 신이라는 것은 없으며 단지 현실이라는 지옥을 잠시 잊게 해주는 아편에 불과하다는 진실을 말이다. 더구나 어머니의 임종을..
부서지지 않는 장난감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대화록 그 이후 Page의 Keyword: 서툰, 어설픈, 새로 시작하는, 1. Cup의 Keyword: 감정, 사랑. 1. 착각 1 "그 사람은 당연하게 해냈을 것들을 나는 당연히 하지 못할 거라고 얕봐주시는 게 좋았어. 그건 내가 그 사람이 아니라는 걸 믿는 동시에 나를 너무나 모자라서 곁에 둘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착각해주시는 거였으니까." 아마 뭐든 내가 그 사람보다는 잘하겠지만, 하고 그는 쓸쓸하게 덧붙였다. 이야기는 멈추지 않고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내가 죠타로를 왜 싫어하는지 알아? 나는 미완성된 완전체인데 그 녀석은 아니잖아. 걔한텐 무엇이든 쉽지, 완벽하고. 나도 어렵지는 않아, 제법 잘하지. 근데 나는 빼어나 본 적은 없어. 모든 것에 애매한 수준만큼의 재능만 있다면 사는 건 완벽한 것보다 더 재..
망설임 “나와 더 가까이 있고 싶은 것이라면, 지암. 나와 함께 영생을 살자꾸나. 너에게도 무엇보다 길고 값진 생명을 주겠다.” 그 말이 두려웠다. 인간이길 포기해야 한다는 지점이 두려운 것이었다면 차라리 마음이 편했을 텐데. 그렇다면 차라리 손쉽게 포기해버릴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런 두려움은 인간이 세상의 근원이라 믿기 때문에 발생하는 공포임을 잘 알고 있다. 내게 두려운 것은 애초부터 없었던 인간성의 상실 따위가 아니라 내 존재의 불확실성이다. 나는 지독하게 비겁하다. 이 사람의 곁에 있을 때만 내가 불안하지 않다는 걸 잘 알면서도, 혹시나 버림받을까 두려워 내빼는 겁쟁이다. 둘 중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부정과 거부. 하지만, 만약에, 어쩌지, 하며 두려움을 유발하는 구절이 머리를 가득 채운다. 내가 그분..
인류의 배신자 “욱…. 역겨워. 테렌스! 당장 나와서 이거 치워!” 역겹다. 거대한 흡혈귀의 작은 애완인간이 피를 빨린 시체를 즈려밟고 내뱉은 말은 역겹다는 말이었다. 제 주인이 먹고 남긴 인간 여성에 대해, 지암은 공포를 느끼지도 않았고 연민은 더더욱 느끼지 못했다. 하다못해 사람이 골목길에서 동물의 사체를 발견했을 때도 하면 안 되며 하지 않을 소리를, 인간이 인간을 내려다보며 말하고 있었다. 테렌스 T. 다비는 본인도 유별난 인간임을 잘 알았으나, 그 누구도 이 작은 인간처럼 철저하게 인류의 배반자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애완인간이 부리는 역정은 주인의 귀에도 잘 들리는 모양인지, 때마침 그 시체를 실컷 어질러 놓은 장본인도 침실로 내려왔다. 그는 큼지막한 손으로 지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얼렀다. “사..
애완과 반려 “지암, 오늘은 또 무얼 하고 있지?” 오늘은 말썽쟁이를 서재에서 찾았다. DIO의 작은 사고뭉치는 넓은 저택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를 즐기는 성격이었고, 관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일어난 제 주인이 자신을 찾아다니는 것도 그에게는 하나의 놀이였다.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가는 애완동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일으키는 소동이나 사소한 변화가 일상에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음은 분명했다. “아, 일어나셨군요. 서재에 있는 책을 훑고 있었어요.” 지암이 손에 든 책을 보여주며 말했다. 반쯤 읽은 것으로 보이는 책은 사르트르의 저서였고, 주변에 널브러진 책들도 대부분 그랬으나 사이사이 하이데거의 저작도 섞여 있었다. DIO에게는 이러나저러나 모자란 녀석이었지만, 저 나름대로 공부를 하는 모습은 기특하고 귀엽게 보였다. ..
PB 디오지암 스승의 은혜 로그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Obbligo "지금부터 구 파시오네 암살팀은 보스인 제 직속이 아니라 콘실리에리인 지베토 아마빌레 개인의 산하로 이전하겠습니다." 어린 보스와의 오랜 냉전은 그렇게 마무리 지어졌다. 그의 선언이 가지는 의미는 확실했다. 당신이 저지른 일은 스스로 책임지세요, 지베토. 우스운 일이었다. 마치 본인은 얄팍한 동료의식으로 한 사람에게 저주스러운 삶을 다시 부여하지 않았던 것처럼. 동시에, 이것은 자신이 저질렀고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건임을, 지베토 아마빌레는 너무나 뼈저리게 통감하고 있었다. 나의 잘못이다. 이곳에 그의 있을 장소를 남겨주고 싶다는 월권행위를 용인해준 죠르노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렇게 소리치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먼저 공격을 한 것도 그들이고, 권력이 옮겨졌다..